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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대중이 한 곳에 모여 안거를 하다보면 제각기 업이 다르고 개성이 다른 사람 사이에 허물이 생기기 마련이니, 보름날과 그믐날은 자기의 허물을 드러내는 포살의식을 하고, 안거가 끝날 때는 그 동안의 허물을 참회하는 자자(自恣)를 합니다.
조금 전에 행한 이 포살이나 자자의식은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오는 관행입니다.
대중생활을 하면서 계율을 깨고 여법(如法)하게 참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포살이나 자자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참회하지 않고 참석하면 대중들이 그를 축출시킵니다.
부처님 회상에서 자자를 행하는데 한곳에서 안거하지 않고 세 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름을 지냈던 문수(文殊)가 나타났습니다.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가섭이 대중들에게 이를 공개하고 방망이를 들어 내쫓으려 하는데 갑자기 백 천의 문수가 나타나 보였습니다.
가섭은 그의 신통력을 다해도 그 방망이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묻기를 “그대는 어느 문수를 내쫓으려고 하느냐?” 하시니, 가섭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장하도다. 가섭이여!
모든 신통을 다 해도 방망이를 들 수 없었으니
내쫓을 문수가 본래 없기 때문이오.
부처님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으니
음광(飮光:가섭)의 우레가 대천세계를 무너뜨리네.
허공우각척산색(虛空雨脚滌山色)
적적합류귀대해(滴滴合流歸大海)
정중만개백일홍(庭中滿開百日紅)
천타만타성일채(千朶萬朶成一彩_
허공의 빗발은 산 빛을 씻으면서
방울방울 모여 흘러 큰 바다로 들어가고,
마당에 가득 핀 백일홍 꽃잎이여!
천 송이 만 송이가 한 빛깔을 이루네.
음력 7월 15일은 여름 석 달 동안 수행자들이 외출을 삼가고 한곳에 머물러 수행에 전념하는 하안거를 마치는 날입니다.
오늘도 조금 전에 스님들은 안거 기간 동안 자신에게 그릇된 점이 없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며 어른들이나 도반들의 지적을 달게 받고 참회하는 포살의식을 행하였습니다.
이런 의식을 통해 승가의 교단은 그 청정성을 유지해 나갑니다.
안거 정진을 마치면서 자자까지 하였으니, 해제일인 7월 보름 우란분절은 일 년 중에 승가 대중들이 선정과 지혜의 힘이 가장 충만하며 청정한 날 입니다.
출가한 스님들이 여름안거를 끝냄에 따라 스님의 나이 즉 승납(僧臘)은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이렇게 상서로운 날, 깨끗한 신심을 가진 재가자들이 공양 올리며 가장 간절한 발원을 합니다.
바로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준 내 부모님, 조상님들과 인연 있는 분들의 명복을 바라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우란분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목련존자가 처음 육신통을 얻고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려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보니 생전에 지은 죄업으로 아귀에 태어나 음식을 먹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있었습니다. 목련은 슬퍼하며 곧 발우에 음식을 가득 담아 그 어머니에게 가서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왼손으로 발우를 받아 오른손으로 밥을 움켜쥐고 먹으려는데 입에 넣기 전에 밥이 재로 변하여 먹지 못했습니다. 목련이 크게 소리치고 슬프게 울며 부처님께 달려가 이와같은 사실을 하소연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어머니는 죄의 뿌리가 깊어서 네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고, 여러 스님들의 위신력을 빌려야 해탈할 수 있다.
7월 15일은 여러 스님들이 자자(自恣)를 하고 모든 부처님들이 기뻐하시는 날이니, 백 가지 맛난 음식을 우란분(盂蘭盆)에 담아 시방의 자자하는 스님에게 베풀고 발원하면 살아계신 부모는 백 년 동안 복락을 받을 것이며, 만일 이미 돌아가신 7대 부모는 천상에 마음대로 태어나 무량한 쾌락을 받을 것이다”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대중스님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여러 대중들은 먼저 시주(施主)들을 위하여 선정(禪定)에 들어 마음을 안정한 뒤에 공양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처음 공양 올리려고 담아온 그릇을 받았을 때는 먼저 불탑 앞에 놓고 여러 스님들이 축원을 마치고 난 다음에 각자의 자기 밥을 받도록 하라”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목련은 슬픔이 없어지고 그의 어머니는 아귀의 고통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의 대보살들이 모두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우란분’이란 범어 울람바나(Ullambana)인데 ‘거꾸로 매달려 있다(倒懸)’는 뜻입니다. 이를 음역하면서 우란분(盂蘭盆)이라고 ‘동이그릇 분(盆)’을 쓴 것은 ‘엎어진 그릇’ ‘음식이 못 먹게 변해버린 그릇’ 즉 망자가 지옥에서 고통 받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릇의 쓰임새를 보람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릇을 바르게 놓고 거기에 백가지(百種) 온갖 맛난 음식을 가득 채워 백 명의 많은 대중(百衆)들에게 공양 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안거를 마치는 음력 7월 보름날을 백종 또는 백중이라고도 하며, 악도에 헤매는 영가를 위해 천도의식을 베푸는 것입니다. 즉 악순환의 흐름을 선순환 시키는 것입니다.
승보종찰 송광사에서는 안거동안에 여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이 공양을 받을 때 생반(生飯)을 덜고 발우 씻은 천수물을 귀신이나 아귀들에게 베풀어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오늘 우란분절을 맞아 대중들의 수행공덕으로 모든 영가들도 고통에서 벗어나 함께 회향하도록 합시다.
‘옴 마휴라세 사바하(3번)’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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