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양이 늦어지자 덕산스님이 손수 발우를 들고
법당 앞에 서 있었습니다.
공양주 소임을 맡은 설봉스님이 그 모습을 보더니 한 마디 했습니다.
“저 늙은이가 종도 치지 않고 북도 두드리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서 무엇을 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덕산스님은 머리를 푹 숙이더니 곧장 방장실로 되돌아갔습니다.
설봉스님에게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암두스님은
이렇게 또 한마디를 보탰습니다.
“보잘 것 없는 덕산이 말 후구末後句도 모르는구나.”
그 말을 전해 들은 덕산스님이 암두스님을 불러 물었습니다.
“그대가 노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그러자 암두스님은 은밀히 자신의 뜻을 덕산스님에게 열어 보였습니다.
이튿날 덕산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하는데
그 전의 법문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큰방 앞에서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저 노장이 이제 겨우 말 후구를 알게 되었구나.
이 이후로는 천하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다만 삼년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