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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좌 스님들의 복지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의정스님. |
의정스님(양평 상원사 용문선원장)은 30여 년간 선방에서 수행정진한 수좌계의 중진이다. 선원의 신망이 두터워 지난해 1월 설립된 재단법인 선원수좌복지회 초대 대표이사에 추대됐다.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의 복지 개선을 통한 바람직한 수행문화의 확산과 전승이 법인의 설립 목적이다. 특히 오는 4월24일부터 5월2일까지 조계사 대웅전에서 ‘간화선 중흥을 위한 대선사법회와 선서화전’을 열어 조계종의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고취할 계획이다.
수행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보다 나은 여건이 갖추어져야 더 많은 인재가 배출될 수 있다. 그러나 스님은 “간화선은 21세기의 대안사상이라 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삶의 질에선 절대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게 수좌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과연 얼마나 열악하고 우려되는 상황인지, 지난 22일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양평 상원사에서 구체적인 실상을 들어봤다.
- 수좌 스님들의 복지외호를 통한 안정적 수행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해 1월 재단법인 선원수좌복지회가 설립됐다.
“정말 오래 고민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내부에서 수좌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2009년 두 노스님의 쓸쓸한 입적이 기폭제가 됐다. 두 분 모두 시골 빈집에서 홀로 기거하다 돌아가셨다. 세수 89세의 한 스님은 지병으로 쓰러졌는데 닷새 동안이나 방치됐다. 다행히 동네주민이 뒤늦게 발견해 요양원으로 보내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82세의 또 한 스님은 폐렴이 악화돼 외롭게 투병하다 입적했다. 평생 치열한 수행자로 살아온 스님들의 비참한 말로에 다들 충격을 받았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수좌복지를 정착시켜야겠다는 의지로 제방의 수행자들이 성심으로 단결했다. 2011년 2월 선원수좌회 산하에 복지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내가 위원장으로 추천됐다.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이 4000만원을 쾌척하고 전국의 선원장 스님들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선지식으로 이름이 높은 인천 용화사 법보선원장 송담스님도 큰 도움을 주셨다. 그러면서도 “선배들이 진작 해결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하셨다. 내 명의로 된 통장에 돈이 계속 들어오는 것도 부담되고, 재산을 공동관리하고 공심(公心)으로 운영하자는 생각에 법인을 만들었다. 현재 기금의 규모는 20억 원 정도이며, 지금까지 33명의 수행자들에게 입원비와 수술비, 치료비를 지원했다.”
- 세간에서도 노인복지 문제가 화두다. 선가(禪家)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종단의 공식적인 안거에 참여하는 수행승 숫자는 2000여 명이다. 토굴(개인 수행처)에서 혼자 수행하는 사람은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2300여 명 가운데 세수 65세 이상 스님이 250여 명이다. 전체의 10분의 1을 넘는다. 게다가 5년 후엔 400명, 10년 후엔 7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의 3분의 1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세간의 초고령화 현상이 선원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깨달음을 원력으로 정진에만 몰입하는 수좌들은 일반적인 사찰 주지 스님들과 다르다. 고정적인 수입이나 의지가지가 없어 떠돌 수밖에 없다. 선원장급 이상인 스님은 그래도 노후가 보장되는데, 많아야 50명이다. 대다수는 사찰의 뒷방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데, 옛날같이 공경하는 문화가 없다. 나이가 들면 같은 선객끼리도 기피하는 편이어서, 안거 때 방부를 들이기조차 어렵다. 젊은 사람들처럼 하루 12시간씩 정진도 못하고 쉽게 낙오된다. 당사자도 불편하니까 결국 선방을 나오기 십상이다. 시골 빈집을 사거나 지방의 작은 아파트를 전세로 구해서 혼자 밥 끓여먹고 산다.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필요하다. 변변한 상좌나 속가가 없으면 이마저도 힘들다.”
- 가난과 병고로 비참하게 살고 있는 스님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으시다고.
“10년 전인가 40대 스님이 갑자기 눈이 아프다더라. 병원비가 없어서 참다가 녹내장으로 끝내 실명했다. 지금 감포 바다 부근의 컨테이너가 집이다. 누나도 비구니인데 1주일에 한번씩 와서 돌봐준다. 수좌복지회도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한 달에 50만원씩 지원한다. 시력을 잃다 못해 이젠 눈이 썩는다고 한다. 의안을 해줘야 하는데 하나에 500만원이라더라. 또 의정부 망월사에 살던 한 스님은 지난 겨울 눈을 쓸다가 넘어져 경추디스크로 하반신 마비가 왔다. 거기에 암 당뇨 중풍환자까지. 이번 겨울에만 8명에게 치료비를 대줬다. 용맹정진을 하다보면 온몸에 열이 오르면서 치아가 전부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다. 전체 수좌의 10분의 1이 치과질환을 앓는다. 알다시피 치아를 제대로 고치려면 수백만원이 우습게 나간다. 2300명 가운데 결제하다 병을 얻는 경우가 해마다 30~50명이다. 척추질환 심장병 암 등등 질병에는 노소가 없다. 무소유의 정신으로 깨달음만을 목표로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은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복지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선원에서 공동체생활을 하기 어려운 스님들은 결국 외톨이로 살아간다는데.
“‘토굴바람’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좌회에서 파악한 결과, 현재 토굴을 보유한 수좌 스님은 1200여 명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물론 호화로운 저택이 아니라 시골의 폐가가 대부분이다. 수좌들을 존중하는 미풍양속이 약해지면서 고육지책으로 얻은 거처들이다. 옛날엔 객승이 며칠 묵을 것을 청하면 사찰은 의무적으로 객실을 사흘 이상 내줘야 하는 불문율이 있었다. 떠날 때면 여비를 쥐어줬다. 모든 사찰이 그랬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인심이 변했다. 이제는 개인적으로 주지 스님과 안면이 있는 절이 아니면 안 받아준다. 해제 이후에도 안거를 계속하는 산철결제 문화가 확산된다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산철결제를 실시하는 사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전체 수용인원으로 따지면 채 200명이 되지 않는다. 전체 납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살 길을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 수좌 스님들에 대한 복지 시스템의 부재는 결국 승가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문제는 토굴의 난립이 수행가풍 전체를 망친다는 것이다. 토굴의 90%가 서넛 이상의 신도를 두고 있다. 신도가 있어야 살림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신도가 하나만 있어도 눈치를 보게 되고 인연에 얽매이게 된다. 게다가 TV, 컴퓨터 등등 문명의 이기가 너무 발달돼 있다. 선객들의 깨달음에 대한 열망은 상상 이상으로 투철하다. 정에 흔들릴까봐 은사 스님과도 일부러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토굴에서 오래 머물다보면 공부도 안 되고 세속에 물든다. 자신도 모르게 출가할 때의 초발심을 잃어버리기 쉽다. 겉모습만 수행자 일뿐 일개 속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안거를 마치고 나면 선원에서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해제비를 준다. 해제비만으론 생계가 어려운가.
“전국 선원의 해제비는 평균 200~250만원이다. 대형 교구본사의 선원이 500에서 600만원, 종립특별선원 봉암사도 100만원이다. 얼핏 꽤 많은 돈 같지만, 이 돈으로 해제기간 3개월을 지내야 한다. 사회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이마저도 비구 선원 이야기다. 비구니 선원은 고작 10~20만원이다.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속가가 잘 살면 평생 속가에 의지해 스님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출가정신과는 거리가 먼 자세인 데다. 선원 안에서의 위화감을 부추긴다. 곧 수좌들이 서로 화합하면서 발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참다운 승가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재단법인을 설립한 궁극적인 목적이다.”
- 수좌복지회 차원에서 복지시스템을 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착수되고 있다.
“현재 봉암사에 원로선원을 짓고 있다. 올해 완공해 내년 개원할 예정이다. 12명의 정원으로 일단 시범운영한 뒤에, 문제점을 보완해 점차 수용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재정지원은 재단법인 선원수좌복지회가 한다.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요양원에서도 전용 요양원을 짓고 있다. 이사장 각현스님이 수좌 10명만 모아주면 따로 시설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재단법인의 설립 목적은 그저 형편이 어려운 스님들을 편히 모시자는 것이 아니다. 스님들이 일평생 쌓아올린 수행력을 세상에 회향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수좌 복지 개선은 승가 내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사장시키지 말자는 뜻이다. 수좌회 내에는 법조계 경제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다 발심해서 머리를 깎은 인재들이 많다. 단순한 요양원 건립이 아니라 수행과 전법이 체계화된 승가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수행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솔선수범하기 위해 결제와 해제가 따로 없는 상시결제 시스템도 도입할 것이다. 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수좌 스님들과 동국대 및 중앙승가대 교수들을 초빙해 연구팀을 꾸려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 스승이 제자와 수시로 만나 수행의 깊이를 점검하는 ‘법거량(法擧量)’ 전통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들었다.
“선은 21세기 인류문명을 이끌어갈 유일한 대안사상이다. 화합과 상생, 환경파괴와 생명경시의 난제를 해결할 정신적 보고로 각광받는 상황이다. 간화선의 우수성으로 인해 머지않아 세계화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세계화는 공허한 메아리로 사그라질 것이다. 지적했다시피 교육의 체계화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바른 수행의 첫걸음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다. 요즘은 점검을 해줄 스님이 극소수이니, 혼자 공부하는 게 대부분이다. 빨리 눈 밝은 선지식이 나와 불조혜명을 이어야 한다. 2004년 조계종 교육원이 간화선 교재를 편찬하고 2010년엔 선원수좌회가 선원청규를 발간하면서 어느 정도 틀을 마련했다. 어렵지는 않다고 본다. 종단과 수좌회가 공동으로 노력하면 조만간 여법한 환경이 조속히 조성될 것으로 본다.”
- 교육의 체계화가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특히 유럽에서 간화선 열풍이 대단하다. 일전에 독일에서 공부한 신학박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럽의 신부와 신학자들은 전부 다 참선을 한다고 하더라. 전통적인 기도방법으로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는 걸 절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택한 것이 명상이고 참선이다. 예컨대 세계적인 종교석학인 폴 니터 유니언 신학대학 교는 오계와 법명까지 받은 신학자다. 진제 종정예하에게서 화두도 받았다. 이 사람의 발언이 참으로 놀랍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성취해야만 진정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10년 20년 뒤엔 불교의 선과 가톨릭의 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지 모른다. 어쩌면 일반인들이 참선을 배우기 위해 성당을 찾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나라 밖에선 이토록 높이 받드는 게 선인데, 우리 스스로 위대한 전통을 깎아내려선 안 된다.”
- 어느 땐가부터 간화선의 형태가 묵조선 계열의 좌선이란 인식이 굳어졌다.
“간화선은 조사선을 계승하고 있으며 조사선은 철저히 동선(動禪) 위주다. 육조혜능 선사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기만 하는 걸 좌착(坐着)이라고 경계했다. 당나라 남악회양 선사가 좌선에 몰입하는 마조도일 선사에게 ‘거울을 간다고 부처가 되겠느냐’며 나무라자 마조 선사가 크게 깨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깨달음이란 목표에만 집착하다보면 당연히 수행이란 과정은 지독하게 괴로운 것이 된다. 수행의 내용을 일상에 적용하며 즐겁게 수행하라는 것이 조사선의 본령이다. 육조혜능의 일행삼매이든 마조도일의 평상심시도든, 일상 속에서 자신의 청정한 본성을 드러내는 일이 조사선의 길이다. 대중과 함께 운력을 하면서 이웃에게 보시를 실천해야 한다. 상원사 용문선원에서도 해제를 앞두고 산 아래 용문사회복지관에서 일일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는 게 공식 프로그램이다. 화두를 들되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지 말고 중생구제에도 힘쓰는 보청법(普請法)이 중요하다. 이는 2010년 펴낸 <선원청규>에도 강조한 내용이다. 성성적적(惺惺寂寂) 안으로는 항시 깨어있되 바깥의 일에 현혹되지 않고 참다운 불성을 드러내는 것. 화두를 들고 이뤄야 할 본분사다.”
- ‘깨달음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수행보다는 전법이 우선이란 목소리도 제기된다.
“불교의 본질은 단언컨대 깨달음이다. 깨달음을 구하지 않는다면 불교가 아니다. 물론 포교는 중요하다. 그러나 포교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수행 또한 더없이 중요하다. 불조혜명을 이을 인물이 선원 쪽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수좌복지는 일신의 안녕이나 부의 축적을 위한 일이 아니다. 조사선이 중시하는 ‘일상’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스님들에게 최소한의 물적 토대를 지원하고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시대의 가치관에 부응하며 적극적인 사회참여에 나서는 종단은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만의 고유하고도 소중한 자산인 간화선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 깨달음의 공덕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해서 무의미하다고 치부해선 곤란하다.”
의정스님은...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서 운경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4년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6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인천 용화사 선원에서 송담스님을 스승으로 안거정진했다. 이후 극락암, 송광사, 불국사, 운문암, 봉암사, 수도암 등 전국의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계속했다. 30여년간 선방에서 수행하며 수좌계의 존경을 받아온 선승이다. |